대구에서 문인들 모임이 한번 있었지. 스무나뭇이 모였는데, 말석에 어떤 ‘지방 문인’이 하나 끼여들어 앉더라구. 그의 맞은편에는 김지하 씨가 앉았고. 그 ‘지방 문인’이 김지하 씨한테 이러는 거야. “김부식은 명문장이고, 이완용은 명필이다!” 듣다못해 내가 냅다 소릴 질렀지. 아니 그럼 동학농민혁명 때 삼식이가 일본군 총에 맞아 죽으면서 “이완용은 명필이다!”하고 죽냐? “이완용은 매국노다!”하고 죽지! 이완용이 명필이란 얘긴 뭐냐? 문학의 사회성을 떠나서 순수 문학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얘기거든. 뻔한 얘기지. 김부식이고 이완용이고 다 반동 아냐? 사회적으로 볼 때 그런 반동도 글씨 잘 쓰고 글 잘 지으면 다 훌륭한 예술가 아니냐는 거지.
지금도 똑같아. 뭐 다를 게 있어? 조선일보의 수구반동 논리도 존중해야 한다고?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니까 극우 파쇼적인 논리도 존중해야 한다고? 아니 그럼 광주학살 때 삼식이가 총맞아 죽으면서 “조선일보의 극우 파쇼적인 논리도 존중해야 한다!”라고 외치면서 죽어야 하냐? “조선일보는 우리를 폭도로 몰았다!”고 외치면서 죽지!갑자기 생각이 나서. 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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